‘창조적 파괴’와 건설산업 대전환
보도일자 2025-11-14
보도기관 대한경제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조엘 모키어, 필리프 아기옹, 피터 하윗에게 돌아갔다. 세 학자는 ‘혁신 주도 성장’과 ‘창조적 파괴’ 이론을 통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 원리를 체계적으로 규명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는 저성장 국면에 빠진 세계 경제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다”며 “혁신이야말로 더 큰 번영으로 향하는 원동력임을 일깨워준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는 단순한 학문적 기여를 넘어, 산업과 기술, 사회가 전환기에 놓인 오늘의 현실에 깊은 울림을 준다.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란, 새로운 것이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그 위에 혁신의 질서를 세우는 과정으로 정의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기술, 제품, 생산방식, 조직 형태, 시장 구조 등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낡은 산업, 기업, 제도, 기술을 파괴하고 그 위에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경제적 혁신 과정을 의미한다. 즉, ‘창조’와 ‘파괴’가 동시에 일어나,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소비자의 효용이 창출되는 것이 경제 발전의 본질적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적 파괴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제도와 문화, 기업과 산업 전반의 구조를 새롭게 재편하는 근본적 혁신의 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건설산업이 직면한 현실이 바로 그러하다. 산업화 시대의 주역으로서 국가 성장의 토대를 다져온 건설산업은, 저출생과 고령화,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화 앞에서 근본적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구조적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장기간의 저성장과 수익성 악화로 인해 신규 투자와 디지털 기술 도입이 제한되고 있으며, 분절적인 생산 체계는 품질·안전 관리에 한계를 드러낸다. 인력의 고령화와 숙련인력 부족은 현장 운영 효율을 떨어뜨리고, 안전 문제는 개별 사고를 넘어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신뢰를 흔드는 중대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개별 기업의 과제를 넘어, 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근본적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산업은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혁신’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AI, BIM, 디지털 트윈, 로봇, 드론 등 첨단기술은 시공 효율을 넘어, 설계에서 유지관리까지 산업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할 수 있다. 건설산업은 시공을 넘어 제조·서비스업과 융합하며, 산업의 가치사슬을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창조적 파괴를 통한 산업 구조와 운영 방식의 근본적 혁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진보만으로는 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제도, 인력, 기업과 산업 문화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 발주·설계·시공·유지관리 전 과정이 통합되는 스마트 건설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할 디지털 전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제도적 혁신 플랫폼이 작동할 때, 기술·인력·제도의 삼박자가 맞아 진정한 산업 대전환이 현실화된다.
변화의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 로봇 시공, 드론 감리, 디지털 트윈 유지관리 등은 새로운 건설의 미래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혁신 인센티브, 공공 발주의 디지털 전환,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구조 확립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술이 제도에 가로막히지 않고, 혁신이 현장에 스며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창조적 파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낡은 관행을 넘어 혁신의 질서를 세워야만 우리 건설산업은 다시 한 번 국가 성장의 중심축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슘페터가 말했듯, 경제 발전은 파괴와 창조의 순환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정신은 지금 우리 산업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는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변화를 주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술이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제도가 혁신을 뒷받침하며, 사람이 변화를 이끌 때 비로소 건설산업은 창조적 파괴의 진정한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 창조적 파괴의 길 위에서 각자가 변화의 방향을 실천하며 산업의 미래 비전을 열어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건설산업 모든 구성원의 책무이자, 건설산업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