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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지방균형발전을 뒷받침하는 부동산세제가 되려면

보도일자 2026-08-13

보도기관 대한경제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두 가지 정책 방향이 함께 담겼다. 하나는 부동산세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제를 통해 사람과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는 것이다. 각각의 정책적 근거는 분명하다. 다만 두 방향을 함께 놓고 보면 점검할 대목이 있다. 한편에서는 지방으로의 이동을 장려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 계속 거주할수록 유리하도록 세제를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에서 지역균형발전은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중소기업 취업자에게도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주택세제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자가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50%, 최대 5억원까지 감면해준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경제활동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는 정책적 의도가 세제 전반에 반영된 셈이다.

그렇다면 지방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반드시 ‘수도권의 집을 처분하고 가는 것’이어야 할까. 정부도 이미 다른 방식의 지방이주 가능성을 정책적으로 인정해 왔다. ‘지역활력타운’은 은퇴자와 청년층 등의 지방이주와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주거와 문화·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1주택자가 일정한 인구감소지역 등에 주택을 추가로 취득하더라도 기존 주택에 대한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하는 ‘세컨드홈’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주거기반을 곧바로 모두 정리하지 않고 지방에 새로운 생활거점을 마련하는 선택 역시 지역정책의 한 방식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지자체·공기업이 함께 추진해 온 ‘골드시티’가 대표적이다. 중·장년층의 지방이주를 지원하고, 이들이 보유한 기존 주택은 청년층 등에 다시 공급해 수도권의 주거문제와 지방소멸을 함께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 주택을 매각하는 방법뿐 아니라 소유자가 주택을 보유한 채 임대로 공급하는 방식도 사업구조에 포함하고 있다. 지방이주를 곧바로 기존 주택의 처분과 동일시하지 않는 접근이다.

실제 수요자의 선택도 흥미롭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2024년 만 40세 이상 서울시민 1,500명을 조사한 결과 골드시티 이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58.5%였고, 이주할 경우 보유주택을 전세나 월세로 주겠다는 응답은 53.5%였다. 상당수는 ‘서울 집을 팔고 지방으로 가는 것’보다 ‘서울 집을 임대하고 지방에서 살아보는 것’을 선호한 셈이다.

반면 이번 세제개편안은 주택의 소유와 거주를 더욱 강하게 일치시키는 방향이다. 2029년부터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기간 공제를 없애고 거주기간에 따라 연 8%, 최대 80%를 공제하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된다.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도 실거주 1주택에는 14억원, 비거주 1주택에는 9억원을 적용한다. 주택을 단순히 보유하기보다는 실제 거주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러한 원칙이 지방이주 정책과 만나는 지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주택을 청년에게 임대하고 지방으로 내려간 은퇴자는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는 지방이주에 기여하고, 주택시장 측면에서는 서울에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그러나 세법상으로는 서울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비거주 주택 소유자’가 된다. 반대로 같은 주택을 계속 보유하면서 서울에 거주하면 실거주에 따른 세제혜택을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의도한 결과는 아니겠지만, 지방으로의 주거이동에 일정한 세제상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서울과 지방의 주택가격 격차가 큰 상황에서 서울 집을 한 번 처분하면 향후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생활한 고령자에게 지방이주는 단순한 주택 거래가 아니라 의료·교통·인간관계 등 생활권 전체를 바꾸는 결정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서울 주택 처분을 전제로 하면 이주 결정의 비가역성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비거주 수도권 주택에 실거주와 동일한 혜택을 주자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1주택자가 수도권의 기존 주택을 SH·GH·iH 등 공공기관을 통해 장기간 임대하거나 일정한 임대료 인상 제한을 지키면서 비수도권에서 일정 기간 실제 거주할 경우, 해당 기간의 일부를 세제상 중립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지방 거주기간, 기존주택 임대 여부, 추가 주택 취득 여부를 엄격히 확인하면 투기적 보유와도 구분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 간 정합성이다. 실거주를 장려하는 세제와 지방에서 새로운 생활을 권장하는 지역정책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서는 곤란하다. 앞으로의 부동산세제는 실거주 여부뿐 아니라 주거이동과 임대공급, 지역균형이라는 더 넓은 관점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거주를 장려하는 세제가 지방으로의 주거이동과 기존 주택의 임대공급이라는 다른 정책 목표와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보다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